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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 이용자편

풋살장 분실물의 법칙, 다 떨어진 풋살화만 찾아가는 사람들

by tkrtm92 2026. 8. 11.

'분실물 3개월 보관, 공간 없으면 창고에 박았다가 버립니다.' 이게 제 풋살장 분실물 처리 법칙입니다. 기본적으로 계속 쌓아놓고만은 있을 수 없어 처음에는 프런트 쪽에 잘 비치해 놓고 쌓이면 쌓일수록 창고에 박아 놓고 그다음엔 쓰레기봉투 사서 버립니다. 솔직히 분실물을 찾으러 와도 본인의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크게 없기 때문에 난감하기도 하고 주인 없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분실물들을 보면 참 헛웃음이 나오는 물건도 많습니다.

 

풋살장 분실물, 3개월 보관 후 쓰레기봉투에 버림

풋살장 마지막 예약팀이 귀가를 하면 마지막으로 저는 각 면의 구장 안을 시작으로 청소와 분실물이 있나 꼼꼼히 챙겨봅니다. 다음날 장사를 준비해야되기 때문에 혹여나 구장에 예약한 팀이 관리도 안 하는 구장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운영하는데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분실물이 나오면 3개월 정도 사무실 한편이나 창고 깊숙한 곳에 보관해 뒀습니다. 혹시나 분실물을 찾는 전화가 있을까 아니면 직접 찾으러 올까 풋살장 운영 초반에는 발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찾아주려고 했지만 8년 정도 운영해 보니 그건 제 능력 밖이라는 것을 깨닮고 우선적으로 고이 분실물들을 모셔둡니다. 모셔놓다 보면 땀 냄새 밴 옷이나, 풋살화, 러닝셔츠, 시계, 핸드폰, 귀걸이, 라이터 등 잡다한 게 전부 섞여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하고 결국 마지막은 항상 똑같이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어 주인이 끝내 나타나지 않은 물건들은 폐기를 하는데 이때 참 너무 그 물건들을 버리기가 아십니다. 사실 물건도 물건이지만 부피가 크고 작은 것들이 섞여 있어 버릴 때 발생하는 종량제 봉투 값도 참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풋살을 이해하고 고수가 되보겠다고 6개월 동안 책상 밑에서 발바닥으로 공 비비며 땀 흘렸던 그 낭만의 운동이었는데, 이렇게 쌓인 것들을 하나하나 쓰레기봉투에 넣고 하늘에 있는 달을 보고 있으면 참 현실이 가끔 지독하고 애석하기도 했습니다. 풋살장 운영자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포장할 수 있지만, 100l짜리 쓰레기봉투 2장을 쓰고 쓰레기를 회수해 가는 나무까지 낑낑거리며 옮기는 제 자신이 참 짜증 났습니다.

새 저지는 안 찾아가고, 떨어진 풋살화는 기가 막히게 찾아감

풋살장을 하다 보면 어이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곤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참 독특하게 금방이라도 매장에서 사 온 것 같은 새것 같은 바람막이는 절대 찾으러 오지 않아도 제 눈에 낡아 보이는 풋살화는 기가 막히게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낡았어도 내 발에 착 감기는 완벽하게 나의 발과 도킹되는 그 느낌을 다시 새것을 사서 만들려면 오래 걸린다는 걸 몸소 아는 풋살러 분들이구나 자연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꼭 한 달에 3번 ~ 4번은 꾸준하게 나오는 풋살화나 양말이 두 짝이 아닌 '한 짝씩만' 경기장 대기석에 버린 듯 무심코 놓고 갑니다. 이때부터 제 머리는 순간적으로 정지됩니다. 도대체 남은 한 짝은 어디다 뒀을까?, 이건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의도하고 버린 것일까? 근데 왜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여기다 덩그러니 놓고 갔을까?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구장을 정리하다 말고 어이없는 웃음이 터지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는 것은 풋살장은 남성분들이 자주 이용을 하시니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지만 수많은 옷들과 신발, 스마트 워치, 심지어 헤어밴드, 차 키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전부 분실물로 나오는데 딱 하나 아직까지도 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담배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모든 걸 잃어버리시는데 이상하게 라이터는 많이 나와도 구장에 담배는 귀신같이 챙겨서 귀가하신다는 걸 혼자 상상하면 너무 재미있습니다. 풋살장은 특성상 매일매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신규 이용자가 오는 시장은 아니라서 구장은 거의 오는 단골손님들입니다. 찾아가실 때가 됐는데, 분명 물어보실때가 됬는데, 끝까지 내 물건 아니라고 하시는 것 같이 분실물을 쿨하게 버리는 K풋살러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산 1년 모으니 200개, '우산 퍼주는 사장'됐다

갑자기 소나기가 오거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면 구장에 우산들로 넘쳐납니다. 물론 놓고 간 우산들로 넘칩니다. 풋살러 분들은 애초에 경기 전에 비가 오면 경기를 할까 말까 생각하지만 경기를 시작했는데 비가 온다? 그냥 경기 진행입니다. 어차피 맞은 비 재미있게라도 차자,라는 생각일 겁니다. 저 역시 똑같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비 오는데 구장에서 재밌게 차는 팀이 있으면 구장대관비를 반값할인 하여 드리는 소소한 이벤트도 했습니다. 제목과 같이 우산 1년 정도 모으면 200개 정도 됩니다. 모은다는 표현이 어색할 수 있지만 진짜 우산은 분실물로 가장 많이 나오는 TOP1 제품입니다. 딱 봐도 비싼 우산도 많은데 절대 찾아가지 않습니다. 우산은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가 없어 창고에 전부 모아 놓다가 저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비가 오는 날 우산이 필요한 구장 손님들한테 무료로 배포하자! 그래서 장마철이 되거나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미리 준비해 둔 "무료 필요하시면 가져가세요" A4 용지를 딱 붙여 놓으면 그 많던 우산이 딱 한 달 만에 기적과 같이 없어집니다. 저는 졸지에 우산 막 주는 풋살장 사장으로 소문이 나서 비가 올 때면 '사장님, 우산 이벤트 이제 끝났나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버리면 똥이 되지만 나누면 행복이 된다는 말을 여기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배는 분실물로 절대 안 나오는 풋살 시장, 풋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 물건이 담배가 아닌 자신들이 많이 가장 자주 찾는 물건을 챙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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