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가 받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공이 안 잡힙니다. 분명 내가 충분히 잡고도 남았을 공인데 이게 역습을 하는 스프린트 동작도 한두 번 하면 쉽게 지치게 되어 무섭습니다. 2시간 내 몸을 잘 끌고 나가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 내 몸을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쓸 나이 35살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풋살, 당연히 받을 줄 알았던 공
풋살을 처음 시작한 건 24살쯤 이였습니다. 제가 그때의 저를 생각해도 풋살은 못해지만 체력 하나는 완벽하여 주변에서도 "저 친구는 풋살장에서 날아다니니까 잡지 말고 그냥 한 골 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자신 있었는데 풋살을 한 지 11년 차 슬프지만 몸이 점점 운동할 때 받쳐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그래도 풋살을 하고 나서 뒤에 일정을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뒤에 일정을 잡을 생각도 안 합니다. 풋살을 뛰고 난 후 뒤에 일정을 잡으면 그다음 날은 무조건 주말이어야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일상에 집중이 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며 서서히 풋살 하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체력이 쇠퇴하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배 나온 아저씨가 되어 구장 내에서 몸과 마음이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역습이나 순간적인 스루패스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거나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빠른 플레이를 주로 썼었는데 지금은 견고하고 확실한 플레이를 위주로 2대 1 패스 및 팀원들이 수비를 끌고 가면 빈 공간에 천천히 들어가 공 받을 준비를 하는 플레이를 위주로 합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나이로써 이전과 같이 운동을 하다 다치지 않기 위해 상대팀이 힘을 주며 몸싸움을 걸어오거나 플레이 자체를 빠르게 승부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하면 저는 일부러 발을 빼주거나 다치지 않기 위해 교체를 자주 하며 최대한 몸을 사리며 플레이를 하곤 합니다. 물론 정확히 해줘야 되는 공간 내 패스 및 수비, 2대 1 플레이 등 확실히 역할을 해야 하는 플레이들은 최선을 다해하곤 있습니다.
32살 , 제 발에 걸려 주상골 수술
이게 진짜 환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30살부터 이제 체력이 확 깎이는 것을 몸으로 느낄 것이다. 주변의 말은 31살이 될 때까지 몸으로 느낄 수도 없었고 크게 들을 만큼 이슈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31살 후반부터 뱃살이 늘기 시작하더니 32살 체력이 진짜 점점 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며 조금만 관리를 안 해도 살이 축 처지는 기괴한 현상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20대 시절처럼 가볍게 템포를 살려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현실의 둔해진 몸은 제 마음처럼 빠릿빠릿하게 반응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이없게도 32살 여름 상대의 거친 태클이나 몸싸움이 아닌 속공을 위해 스프린트를 칠 때 제 발에 스스로 걸려 자빠지며 부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넘어져 손바닥으로 충격을 순간적으로 흡수하였고 이때 손목 바로 아래 '주상골'이 골절되어 피하고 싶었지만 수술대에 두 번이나 올랐습니다. 골절된 부위에 철심을 박아 고정하는 1차 수술을 받고 아무렇지 않아 다음날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수술 직후 붓기도 거의 없고 견딜만해서 '이 정도면 나 금방 복귀하겠는데?'라는 진짜 철없는 생각을 하며 풋살을 다시 시작할 땐 어떻게 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저는 '뭐야, 생각보다 하나도 안 아픈데?'라는 안일한 생각에 철심을 빼는 2차 수술에서 진짜 신을 맞이한 것 같은 고통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철심 제거 수술이 끝나고 일주일은 퇴원을 하지 못하고 손목이 잘릴 듯한 고통에 지속적으로 무통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었고 이땐 풋살이고 뭐고 정말 풋살은 절대 안 한다고 마음으로 100번은 다짐하며 소리쳤습니다. 아침,점심,저녁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욱신거리는 손목을 잡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쏟아낼 때면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이 악물고 달려 나갔을까 란 생각을 하며 저에 아둔함을 원망했습니다.
다신 안 한다더니 한 달 만에 구경 나감
100번 소리친 마음속 외침은 그냥 소리였습니다. 2차 수술 후 병문안을 오는 친구들이나 팀원들에게도 내 인생에 이제 진짜 풋살은 없다 나는 이제 다치지 않는 운동을 찾아 개인적인 체력관리에 포커싱을 맞추어 살 거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속 외침은 은퇴를 선언한 후 딱 한 달 뒤에 깨졌습니다. 2차 수술 한 달이 지난 후 이제 손목이 차츰 회복되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팀 내 경기가 있는 구장으로 향했고 벤치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여 경기를 구경했습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경기를 유심히 살펴보니 참 그동안 내가 무식하게 공을 찼었구나 를 느끼는 장면들이 눈에 줄곤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무리한 스루패스를 받으려 뛰거나 수비와 경합과정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거나 하는 행동들이었고, 이제 다시 풋살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으리 다짐을 하며 현재까지도 무리한 경합이나 스프린트를 치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며 느낀 것은 "내 몸을 지키는 것보단 중요한 게 없다."입니다.
차라리 경험을 꾸준히 축적하여 견고하고 깔끔한 플레이를 선호하여야 하며, 저처럼 몸으로 다친다면 더 빨리 깨달을 순 있겠지만 절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경기를 어떻게 영리하게 끌고 가는지 어떤 시선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매 번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알려줬지만 아직도 비가 오기 전 수술한 부위가 가끔 시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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